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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G_Godfa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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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었다. 그래, 꼭 하나만의 이유로 무언가와 만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아직도 감정은 막연하지만, 뭔가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확실했다.


 막연한 감정이라 표현함은 축구에 대한 내 감정이라 표현해야 옳을 것이다. 꼬마로 불릴 시절 나에게 축구는 너무나 먼 일이었고 다른 아이들이 공을 차면서 노는 걸 지켜봤다가 골목에서 따라해보는 게 전부였다. 다른 놀이를 하면 서스럼없이 끼면서도 야구를 제외한 구기종목만 하면 내 자리는 없어지곤 했다.

그러나 오히려 유럽 축구를 접한 시기는 축구에 대해 거의 모를 때에서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은 때였다. 그래, 나 역시 월드컵의 영향을 받았다.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01년, 국내에서 월드컵 개최 준비로 한창 열을 올리고 있을 때, 나는 '해리 키웰'이라는 남자와 '리즈 유나이티드'라는 축구팀을 뉴스 제목에서 만나게 되었다. '몸이 끌린다'라는 표현이 정확할까, 모든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지만 의식하는 경우도 없고 뚜껑이 열리면 사람들이 피해버리는 맨홀같은 내게 '축구팀'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강하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모든 경기를 볼 순 없었지만 갓 컴퓨터를 산 내게 주말의 축구 경기는 좋은 오락거리 중 하나였다. 지금처럼 열정의 한 부분이 되진 않았지만 말이다.
  

 그렇게 리즈 경기를 가끔 챙겨보면서 키웰의 플레이를 지켜보던 나의 축구관에 변화가 생겼다. 언제인지 기억이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벌어진 <잉글랜드 vs 터키> 평가전이 MBC에서 방송되었다. '축구는 몰라도 이 선수는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前 잉글랜드의 캡틴 데이비드 베컴은 당시 치명적인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당연히 그 평가전에도 빠지게 되었다.

 그 때 해설자가 베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나왔다고 소개한 선수가 바로 스티븐 제라드다. 지금도 그를 상징하는 것 중 하나인 그의 시원시원한 플레이스타일은 너무 많은 것을 숨겨 놓았던 나의 마음 속을 뚫어주었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그를 정확히 알기에는 축구 지식이 많이 부족했다. 실제로 그가 원래 차세대 중앙 홀딩으로 잉글 국대 주전에 많이 나오던 선수란 사실을 안 지는 채 3년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를 좋아한 지가 벌써 4년 반이 되어가는 데도 말이다.

  그러나 스뎅(제라드가 국내 팬들에게 불리는 일종의 애칭)은 사타구니 부상으로 인해 2002 월드컵 본선에서는 얼굴을 찾아볼 수 없었고, 우리나라가 월드컵 4강에 올라갔다는 기쁨으로 인해 그에 대한 기억은 한동안 머릿속에서 사라졌었다.

  

하지만 그를 다시 보게 되는 중요한 사건이 터지게 되었다. 2003년 여름, 내가 처음으로 만났던 선수 '해리 키웰'이 스뎅의 소속팀 리버풀로 이적하게 된 것이다. 그는 리버풀맨이 되었고 '키뎅'이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약간 부끄러운 얘기이고, 현재도 리즈를 응원하고 있으나 가끔 그럴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게 나도 Kop이 되었다. 아니, 그렇게 되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 해 스뎅은 리버풀의 캡틴이 되었다. 그 해 현재 내가 스뎅 다음으로 좋아하는 선수인 스티브 피넌도 리버풀로 왔다. 그러나 내가 보는 경기마다 리버풀은 잘 풀리지 않았고, 잘 풀렸던 경기를 꼽으라면 머피의 페널티킥으로 승리한 OT 원정경기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이었을 것이다. 그 시즌 리버풀은 안필드에서 1-2로 패배당하며 리벤지를 당했고 난 그 경기를 스포츠 뉴스에서 긱스의 활약이라는 타이틀로 보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 역시 나 자신이 너무나도 가볍게 느껴지지만, 그 뉴스를 본 이후 리버풀 경기는 물론 축구에 대한 관심을 잠시 접었었다. 일종의 절망감이랄까.. 다시 한 번 나는 맨홀 뚜껑으로 들어갔다.

 

 올림피아코스전이 며칠이더라... 벌써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하하.. 스뎅의 미친 퍼포먼스를 다시 보게 되면서 나는 다시 축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풀햄전에 황선홍 선수가 보여줬던 부상 투혼을 리버풀의 캡틴, 그래, 스뎅 그가 보여주면서 뜨거운 그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애석하게도 난 옆의 사진이 찍힌 그 감동스러운 경기를 녹화방송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당시 나에겐 새벽에 축구를 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일 뿐더러 주말 이외에 컴퓨터를 할 수 있는 시간은 너무나도 적었기 때문이었다. 그날 아침(우리 시각)에 있었던 경기를 낮에 결과를 모른 채 지켜봤으니 생방이나 다름없이 볼 수 있었으나, 우연히 인터넷을 켜다가 결과를 확인하고 말았다. 그것 때문인지 모든 축구팬들이 그런 것처럼 지금의 나는 축구 경기에 라이브를 빼면 시체라고 생각한다.

 

 05-06 시즌은 초반의 절망과 후반의 희망이라 요약할 수 있다. 시즌 초반 안필드에서 첼시에게 1-4로 질 때만 해도 나와 리버풀은 절망을 함께 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스뎅이 살아났고 레즈(리버풀의 별칭)와 나 역시 다시 살아났다.

 1년 전의 실수를 나는 반복하지 않았다. 한준희 해설위원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장면' 발언을 탄생시킨 스뎅의 3-3 동점골과 함께 풋볼홀릭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스뎅의 그 붉은 미소를 보았다.





나는 레즈의 모든 이들을 믿기로 했다. 더 이상의 흔들림은 없을 것이다. 비록 멀리 떨어진 나라의 작은 팬 한 명에 불과하지만, 나에게 조금의 시간이 찾아오는 때에는 항상 뜨거움을 쏟을 것이다.

Liverpool, Steven Gerrard, YNWA 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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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쓴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키웰과 피넌은 리버풀을 떠났다. 장마철에 구름 한점없는 하늘을 보는 것만큼 허전하지만, 덕 카이트와 다니엘 아게르라는 선수가 그 자리를 메워주고 있다. 물론 첫만남이라는 것. 그 큰 의미에서 키웰과 피넌을 대체할 순 없겠지만, 이미 난 리버풀 전체를 믿기로 한 몸..

 올시즌 부디 모든 리버풀 팬들의 바람인 프리미어리그 트로피가 스뎅의 두 손으로 들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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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공간이란 걸 열 때마다 항상 생각나는 것. 설렘보다는 걱정.
특히 1년만 지나면 얼마나 황폐해져 있을까라는 두려움 섞인 자문..(^^;;)

이 곳에 항상 '시작'이란 말만 함께하길. '끝'이라는 말은 더 이상 나오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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